대본 문제가 많은 드라마이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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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わたなべ 댓글 0건 조회 1,439회 작성일 19-08-10 15:32본문
(긴글 주의) 이 드라마가 편해지기까지 8회나 걸렸어. 처음부터 개연성과 일관성이 너무 없어서, 오히려 혼란을 느꼈거든.
특히 판타지로서의 허술함.
판알못이라 사실 이래도 모르고 저래도 몰랐어. 근데 처음 외계인들이 차민을 살릴 때 규칙이 없었어. 구슬주인+시체 단2인만 있어야 한다는 규칙이면, 거긴 구슬주인인 남외계인 말고도 여외계인이 있었어. 그냥 남외계인 1인이 혼자 살려주고 갔으면 더 말이 되려나?
"준 건 잘 챙겼지?"
외계인이 구슬을 주니깐 차민 손에 들어가. 주머니에서 넣었다 뺐다 하면서, 갖고도 놀고, 그리고 이제 네가 어비스 주인이다? 외계인은 구슬을 주고 받는 게 가능했어. 이게 첫단추가 꿰어진 상황인데 그 뒤로 중구난방의 규칙들이 이어져. 차라리 새 부활자가 새 구슬주인이 된다는 식으로 해서 차민, 오영철, 고세연, 장희진, 차민 식으로 바뀌는 스토리로 갔으면 더 자연스러웠을텐데. 그랬으면 오영철이 얼떨결에 고세연을 살리거나, 차민이 오영철을 유인해서 고세연을 살리거나 하는 식으로 구슬이 옮겨가면 되잖아. 그럼 누굴 살리면 주인이 바뀐다는 생각에 구슬도 함부로 못쓰려나.
어쨌든 처음엔 설명서도 외계어로 써져 못 읽는다는 건 줄 알았는데, 구슬주인이 죽으면 다음 부활자가 임시소유주가 된다는 글을 읽는 데서 또 혼란이 왔어. 어떻게 읽었지? 어쨌든 그 말은 구슬주인이 도로 살아나면 구슬이 돌아가는 건가, 다음 부활자가 죽어야 또 그 다음 부활자한테 이동한다는 건가. 구슬규칙이 한번에 명료하게 와닿지 않고 산만하게 느껴지는 데서 이 드라마는 판타지로서의 추진력을 잃었어. 나중에야, 오영철이 죽어야 고세연한테 구슬이 이동하는구나 했지만. '임시'란 말은 왜 넣어갖고 혼선을 주는 건지.
영혼의 모습으로 부활한다는 것도 시청자들이 이게 무슨 논리냐고 황당해 했잖아. 부활 후 고세연이 부활 후 장희진보다 오히려 잃은 게 많은 건 억울하기까지 하고. 뭐 규칙과 불규칙이 주는 재미도 있어서 난 그럭저럭 넘어가긴 했지만.
수사물로서의 허술함 역시 진입장벽이었어. 숙취해소제 셔틀을 시키면서 문까지 열어놓고 잔다고 피해자가 문자를 보내고 잠든 사이 죽었는데, 검사는 그 문자 수신자를 스토커로 몰면서 공개수배를 해 버리네? 재벌2세를? 그 일대 어느 cctv에도 얼굴이 아예 안 비치는 사람을? 마지막 방문자일 확률이 높은 건 맞지만, 스토커로 모는 건 오버잖아? 지가 범인이 아니고서야 저렇게 무리하게 용의자로 만들고 사건종결을 서두를 수 있나, 사실 이런 의심을 드라마 처음부터 했음.
근데 수사과정에서 죽은 검사를 보좌하는 수사관=보좌관 역할도 없어. 한방 쓰던 지금 서지욱의 비서가 그 수사관인가? 애매하지? 아마 멀쩡하게 썼으면 박동철이 그 수사관 포지션이었을 거야. 부활한 검사가 자기와 각별히 알고 지낸 수사관한테 자기 신분 입증하고 서지욱 몰래 협조를 얻어서 수사를 하는 전개라면 차라리 조금 더 검사다운 면모가 보였을 거야.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고세연한텐 그런 믿을 만한 존재가 서지욱 뿐이라는 설정에서, 또 검찰 수사관이 비서 같은 설정에서 오류를 범햇어. 검사 고세연이 부활하고 나니 서지욱 외엔 검사신분을 증명할 사람이 없어서 경찰서 형사의 전여친과 똑같은 얼굴을 무기로 사기쳐서 제한된 정보만 겨우 얻고, 또 나머지는 폰수리점에서 폰이나 뒤지면서 자료 조사하는 게 고작이야. 그러니 검사다운 모습을 구축할 수도 없어. 검사다운 연기냐고 아무리 떠들어대봤자야. 대본 자체에 검사다운 수사과정이 1도 없어.
그리고 백골사체에다 맞지도 않은 재벌3세 유전자를 동일인이라고 우겨서 언론에 공식발표까지 해버린 뒤에 재벌2세가 외모가 바뀐 채로 살아돌아왔어. 지문, 유전자, 홍채, 생체인식검사 다 일치하는 걸로 나오고. 이쯤 되면 화살은 그 검사한테 돌려져야 해. 백골사체도 수상쩍은데, 국과수 검사니 뭐니 하면서 억지로 언론에 서둘러 발표하고 사건종결하려고 했어. 그럼 그걸 의심하는 사람이, 서지욱의 정체를 알고 있는 지금 가짜아빠 뿐이기만 할까? 세연아빠가 아무리 무식해도 따지고 들고도 남았어. 차민을 의심하든 검사를 의심하든. 또 기자들도 마찬가지고. 수사관이나 형사들도 마찬가지야. 아무리 믿을 게 서지욱 뿐이라고 해도 고세연이나 차민 조차 의심을 1도 안해. 능력을 의심하든 진의를 의심하든 뭐라도 의심해야 하는데.
뭐 의심 안할 수 있다 쳐. 여론도 들끓을 수 밖에 없어. 백골사체 갖다놓고 사건종결하려던 거 생각보다 너무 조용하게 지나가잖아? 그 검사한테 진상규명 요구하는 사람 하나도 없고. 여전히 혼자 태평하게 그 사건 담당검사로 맡고 있어. 다른 검사한테 사건 이관되는 것도 아니고.
문제의 재벌2세 대신 진범이 나타난 시점에서, 진범의 가족관계가 하나도 안 털리는 것도 신기해. 저 정도 연쇄살인마면 동네주민들의 증언도 이어질 수 밖에 없어. 재혼해서 아내가 있는데 갑자기 실종됐다더라, 아들딸이 하나씩 있는데, 둘 다 언제부터 안 보였다더라...적어도, 위증을 한 장희진의 존재가 까발려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어. 자기 양부가 시키는대로 재벌2세가 범인이라고 위증한 거라는 것쯤은, 기자나 담당형사가 알고도 남았어. 하지만 아무도 모르고 넘어갔다가, 사건전개 중간중간 작가 편한대로 그 사실이 오픈되더라. 오영철 딸? 하고 그 입에서 입으로만 세연도 알고 차민도 알고, 또 한참늦게 동철도 알고. 그렇게 서류상으로도 안 나오는 건지, 희진이 자기 입으로 말하고 사진 보여주지 않는 한 모르는 사인데 교도소 주말면회가 가능한 것도 또 작가가 넣었다 뺐다 식 전개고.
용의자 얼굴도 안 보고 위증을 한 무덤관리인이나 장희진을 경찰이 기소하든, 차민회사가 고소하든 둘 중 하나를 하는 전개도 안 나왔어. 그냥 바로 별채행이야. 기소한다 고소한다 난리나는 걸 그 자리에서 차민이 뜯어말리는 거라도 나왔어야지. 대사 한줄로라도.
연쇄살인마 오영철이 고세연의 부모를 살해하려다가 현장에서 경찰이 출동해서 고세연의 엄마를 인질로 붙잡고 도주하다 검거됐다, 이런 식으로 해서 차민의 무죄가 공식식적으로 벗겨지는 언론보도 장면도 없어. 그냥 얼렁뚱땅. 그러니 나중에 또 목격자 할아버지가 집앞에서 딴소리 하는 걸로 또 스토리가 전개 돼.
더 웃기는 건, 그제야 피해자가 기억을 떠올려. 하나가 더 있었어. 그 전에도 뭐 범인 얼굴 못 봤다더니,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하고, 늙은 사람이었다 하고, 그러더니 또 이제 와서 하나가 더 있다고. 그냥 작가가 자기 전개하기 쉽게 여주 기억도 넣었다 뺐다 해서 쓰겠다는 식이잖아. 거기다 작가가 공동정범 개념도 없이 대본을 쓴 티가 나. 이게 같이 와서 공범인지, 가고 나서 또 한사람이 뒤처리를 하다가 죽여서 공동정범인 건지, 그런 걸 따져보는 씬도 없어.
멀쩡하게 썼으면 기자가 오영철 가족관계 털어서 아들 하나 딸 하나 있었다는 보도라도 나갔거나 동철이 신원조회로 알아내서 알거나, 하는 식으로 그 아들의 존재도 오픈되긴 했을 거야. 정체까진 오픈되지 않더라도. 하지만 이 작가가 자기 필요할 때만 여주 기억을 넣었다 뺐다 하듯, 그 아들의 존재는 아직도 오픈되지 않았어. 박기만이 수첩 어쩌고 한 사진이나 세연이 갖고 있는 사진을 희진이가 보면서 희진도 그때서야 '아, 나한테 오빠가 있었어.' 이러고도 남겠더라.
공범의 존재를 알았으면, 오영철을 누가 면회오고 하는지 털어볼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 뒤로도 그냥 블랙박스나 cctv, 함정수사로 공범 유인할 생각 밖에 못해. 공범 윤곽도 못 잡는 이 중구난방 수사는 조금도 검사 출신답지가 않아. 이건 그냥 작가가 아무 생각 없이 쓰는 거지.
진심으로, 이 작가가 다시는 미스테리나 수사물 쪽은 넘보지 말았으면 해. 필력을 떠나서 수사물을 다루는 자세가 너무 자기 편할 대로야.
그나마 배우빠도 아닌데 이쁘게 볼 만큼 구슬커플 합이 좋긴 해. 티격태격하는 게 그냥 아기자기해서 보는 사람 간질간질하게 하는 재미가 있긴 하더라. 구슬커플 고등학교 때 서사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고.
인물 캐릭터에 깊이도 없어. 깊이 파고 들어가면 짜증날 정도. 그래도 깊이 안 들어가면 이쁘게 볼 만도 한데 왜 따지냐 이런 소리도 나올 수 있어. 요즘 드라마들 진짜 다들 못 쓰잖아. 다 같이 못 쓰는데, 저 정도로 아기자기하게 쓰는 것만도 어디냐 이런 소리 할 만도 해.
그간 쌓인 감정선도 없는 갑툭키스란 말들이 있는데, 엮어놓지 않았을 뿐 감정선은 존재해. 그 감정선이라도 잔잔하게 깔려 있었으니 허술함을 꾸역꾸역 참으면서 보게 되는 거고. 보다 보니 개연성이나 이런 문제 다 비우고 그냥 이쁘다 하면서 보게 되는 거고. 요즘 공중파 낭비하면서 공해나 끼치는 드라마가 차고 넘치다 보니, 이 구슬이들 보면서 그나마 풋풋해서 좋다는 심정 정도?
배우빠도 럽라빠도 아니지만, 이 드라마가 현재 건질 거라곤 구슬커플 밖에 없다고 생각해. 휴먼 드라마 이런 것도 캐릭터 깊이가 너무 없어서 기대도 안되고. 뭐 작가가 이 서사도 대충 엮어놔서 문제긴 하지만, 그래도 차민이 장희진한테 세연의 일로 분노하는 씬이라도 넣어줘서, 심폐소생은 한 셈이었지. 저 둘이 서로에게 든든하고 절실한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과정? 그거라도 보면서 가슴 한구석 따뜻해지면, 이 작가가 되도 않는 스릴러나 수사분량 줄이고 로코처럼만 써도 참고 볼 만은 할 거야. 그냥 가벼운 로코구나 생각하고 보게끔만 써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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