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 '유훈'을 말하기 시작한 것은ㅡ ㅡ ㅡ 본격적으로 핵개발에 나선 김정일 정권 때였다   . 북한은 ㅡ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시작으로 상습적으로 '김일성 유훈' 또는 '선대의 유훈'을 언급했다. 2005년 6월 대통령 특사로 방북했던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도 ㅡ ㅡ ㅡ ㅡ귀환 브리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ㅡ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며, 비핵화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ㅡ 어제 정 실장 브리핑을 보고 2005년 생각이 났다"고 했다.ㅡ ㅡ ㅡ  북한은 1년 뒤ㅡ 1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의 '유훈' 언급이 상습적이란 사실은ㅡ ㅡ ㅡ  통일부도 인정한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2013년 6월에도 북·미 당국 간에 고위급 회담을 제의한 북한 국방위 대변인 중대 담화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 유훈이며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정책적 과제'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후 북한은 3차례의 핵실험, 60여 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했다.

◇2009년 정상회담 추진 때도ㅡ  '유훈' '판문점 회담' 언급

북한은 2009년 하반기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때도ㅡ ㅡ  '김일성 유훈'을 언급했다. , ㅡ남북은 그해 10월 싱가포르와 11월 개성에서 3차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ㅡ 비밀 접촉을 가졌다.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그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북한의 조문 특사단이 방한한 것을 계기로 해빙기를 맞았을 때다.

ㅡ당시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이 있는 것처럼 우리를 기만하기 위해 꺼낸 카드가 ㅡ'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란 언급이었다"고 했다. 우리 측이 "비핵화는 반드시 정상회담의 의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자ㅡ ㅡ 북한이 '유훈' 표현으로 갈음하자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또 정상회담 평양 개최를 주장하던 북한은 ㅡ ㅡ11월 개성 접촉에서 우리 측이 "서울이나 판문점에서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자 판문점 개최에 잠정 합의했다. 정 실장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한 정상회담 판문점 개최도 이미 2009년에 나왔던 얘기인 셈이다.

당시 양측은 ㅡ ㅡ ㅡ 개성 자남산 여관에서 2차례(11월 7·14일) 접촉을 가진 뒤 곧바로 장관급 회담을 열어 정상회담에 최종 합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장관급 회담은 열리지 못하고 정상회담 논의는 중단됐다. 이 관리는 "북의 '유훈' 언급에 대해 우리가 '그런 수준으로는 안 된다. 구체적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요구하자 북한이 회담을 차버렸다"고 했다.ㅡ ㅡ ㅡ  4개월 뒤 북한은ㅡ 백령도 근해에서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을 폭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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