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IT(정보기술) 기업인 구글은 지난해 가을 삼성전자와의 D램 반도체 공급 협상에서 300㎜ 실리콘 웨이퍼 2만 장을 요구했다. 일반적으로 개수로 반도체를 주문하지만, 제조단위인 웨이퍼 기준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다. 구글이 안정적인 D램 조달을 위해 입도선매에 나선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세계 주요 IT 기업들이 삼성전자에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경기도 화성 반도체 공장 주변에 영업 거점까지 마련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 상주 직원이 거의 매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드나들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몸값이 올라간 이유는 스마트폰을 통한 대용량 데이터 처리 등을 위한 데이터센터 증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메모리 반도체가 대량으로 필요하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29억달러(약 130조원)로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반도체 장비 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의 강인두 사장은 닛케이에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AI(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데이터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반도체 시장이 얼마나 더 성장할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에서 D램 점유율 47%, 낸드플래시 점유율 35%를 차지한다. 모두 세계 1위다.

반도체 시장이 공급 과잉에 빠질 가능성도 작다.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시노 마사히코 도카이도쿄증권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IT 기업의 규모는 미국 IT 대기업들과 비슷하다"면서 "(중국 IT 기업 성장으로 인해) 반도체 수요가 앞으로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